2022 일기

2022. 8. 9. 09:59일기

여름에 피는 분홍색 꽃
그리고 하얀 수국
이젠 지나가다 이런 사진을 찍을 여유가 많지 않다.
(보통은 이우랑 함께니까)
찰나의 예쁨을 담는 건 이제 이우 뿐
그걸로 만족.

우리의 여름
이렇게 더웠던 날, 정말 더위 먹을 수 있겠다 싶었던 날
그 다음날 부터 이우가 아프기 시작해
온갖 생각이 다들었다.
너무 더웠다가 추웠다가 해서 냉방병에 걸렸나
혹시 바다 물이나 샤워실 물이 더러웠나
저녁 먹은 굴밥이 잘못됐나
다 내 탓 같고 미안했던 시간들.
결국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결국은 나 내 탓.
그리고 예쁜 사진들이 남았다. 그것도 잔뜩
여름이 가기 전에 한 번은 더 가고 싶은 바다
강원도 바다를 정말 좋아했는데
아쉽게도 아기랑 가기엔 너무 멀어졌으니
가까운 서해를 찾다보니 서해도 좋은 곳이 많다.
그래도 동해 서해 남해 제주도 바다 모두모두
다 보여주고 싶은 엄마마음.
이우랑 괌도 함께 가고 싶다.(지금은 말고....)

사고 싶었던 폴로키즈 베어캡
구하기 어려운 것 같았는데 마이테레사에서 덕화가
발견했다. 그런데 너무 비싸....배송비까지 하면 음...
내려놓았다~

사실 예민했던 건 나였다.
개인적인 일로 바짝 신경이 올라있었고,
그래도 처음부터 신경질 적으로 말했던 건 아녔다.
그냥 대화하다보니 서로 예민하게 굴었고
예민하게 받아들였다.
이우 앞에서 큰 소리 내고 싸우고 말았다.
분에 못이겨 나 삐졌다는 듯 방에 들어가 누워있었다.
이우가 들어와서 갑자기 먹던 맘마를 내입에 넣어주었다.(그래봐야 쌀 몇톨...)
그리고 조금 뒤 이우가 전해준 쪽지 하나.
누가줬냐니까 아빠라구 대답하는 이우.
이우로 인해 풀렸지만
오늘의 나를 감동시킨 나의 사랑
항상 미안하고 항상 고마운데
마음에 생채기 내는 나쁜 나,

요즘 말도 많아지고 고집도 세지고
원하는게 분명해지니까
원하는걸 안해주면 땡깡을 쓴다.
땡깡 쓰는 순간은 어떤 말로도 통하질 않는다.
몸을 잡고 나랑 눈을 맞추고 얘기하려고 노력하지만
눈을 질끈 감고 뒤로 발라당 넘어가는 아이에겐
절대 불가능...
예쁜 만큼 힘들고
세상 모든 힘듦을 0으로 만들 수 있는 유일한 존재.
그는 오늘도 아침부터 치즈를 계속 달라며
냉장고 앞에서 치즈치즈 노래를 부르고 땡깡을 쓰셨다.

집에 컵도 많은데
또 이렇게 '예뻐서' 소비한 컵.
버릴 게 한가득인데
채우는 나는 도대체...휴

그리고 점점 더
별로인 사람이 되는 듯한
나를 놓은 듯한 요즘의 나.
스스로 자기를 사랑할 줄 아는 사람들이
아주 예전 부터 부러웠다.
나는 언젠가 가능한걸까
생각하다보면
아 사실은 불가능 할 것 같다.
그런 내가
자존감있는 아이로 이우를 키울 수 있을까
에 대한 고민까지.
많이 격려하고 응원해줘야지
쓸 데 없는 일이라고 핀잔 말고
열심히 해보고 아니다 싶으면 돌아와도 된다고
이야기 해주는 엄마가 되어야지.
양보도 좋지만 이우가 꼭 하고 싶은건
하고 싶다고 말해도 되는거라고
거절 당하는 건 창피한게 아니라
그 사람을 알아가는 거라고, 그리고
너 또한 거절하는 법을 배울 수 있는 기회라고
일러줘야지.
너가 거부 당했을 때 상처 받으면
엄마에게 일러도 좋다고 얘기 다 들어주겠다고
편이 되어줘야지.